합창하며 더불어 사는 법 배운다

행복나무 | 2012.12.28 11:07 | 조회 2033

합창하며 더불어 사는 법 배운다
[인터뷰] 조익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코러스 지휘자…합창단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 도와

   
▲ 고아들을 돌보며 음악을 가르치는 조익현 교수를 지난 10월 19일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만났다. 조 교수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며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7483명이나 됐다. 부모가 있지만 빈곤·실직·학대 등의 이유로 시설에 맡겨지거나 미혼모에게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중 절반가량은 가정 위탁이나 입양 등으로 새로운 가정으로 편입되지만, 나머지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 시설에 머물게 된다. 그나마도 만 18세가 넘으면 시설에서 나와 자립해야 한다.

조익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코러스 상임지휘자 겸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합창지휘과 겸임교수는 2007년 장학 재단 '행복나무플러스'를 설립, 보육원을 퇴소하여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음반을 제작하고 매년 자선 공연을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아이들을 돕는다. 흔히 장학 사업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성공한 독지가가 인생 말년에 전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조 교수는 일찍이 음악적 재능을 통해 아이들을 돕는 길을 택했다.

"내 삶을 보니까 돈을 모으기는 틀린 것 같았다.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침 합창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저 또 하나의 합창단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수원에 있는 한 보육원을 돕기로 했고, 그중에서 대학에 가고 싶지만 입학금이 없어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3년 전 방임된 아이들과 함께 '소년소녀합창단' 창단

조 교수는 1년에 한두 번 장학금을 전달할 때 아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아이들과 더 자주 만나며 그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2009년 5월 '소년소녀합창단'을 만들었다. 실업·빈곤 등의 이유로 방임되거나 학대받는 아동들이 소규모로 모여 지내는 '그룹홈'을 대상으로 단원을 모집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오디션을 실시했고 30여 명의 아이를 뽑아 매주 토요일 합창 연습을 했다.

연습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상처가 건드려지면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 교수는 가끔 아이들의 예상하지 못한 말과 행동 때문에 섬뜩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합창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아이들은 점차 변해 갔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국회의사당, KBS홀 등 큰 무대에 서면서, 성악가 파바로티처럼 되겠다는 아이도 생겨났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음악을 가르치거나 공연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조 교수에게 음악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조 교수가 생각하는 음악 교육의 본질이다.

   
▲ 조 교수는 올해도 장학 기금 마련을 위한 '삶과 나눔 콘서트'를 연다. 오는 11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우리나라는 음악을 한다고 하면 반드시 음악가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이 무서워지고 아이들은 음악을 싫어하게 된다. 아이들은 더는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음악가를 길러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음악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 주고 싶었다."

조 교수가 생각하는 사회성의 핵심은 배려함이다. 합창할 때, 각자가 옆 사람의 소리를 잘 듣고 화음을 맞추지 않으면 절대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코러스 상임지휘자로 있으며 뛰어난 실력의 단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내는 아름다운 화음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소년소녀합창단의 존재 이유는 각자의 실력을 뽐내어 우열을 가리는 데 있지 않다. 오로지 30여 명의 단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음악의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누리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면 눈빛이 반짝거린다. 예술 음악은 순수함 그 자체다.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가르치고 부르게 하는 것도 그것이 상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를 들으면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클래식은 아이들에게 순수함과 행복감을 전해 준다."

삶과 나눔 콘서트, 11월 5일 세종문화회관

   
▲ 소년소녀합창단은 서울·경기 지역 그룹홈에 소속된 아이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행복나무플러스 사진 제공)
조 교수는 이번 해도 어김없이 장학 기금 마련을 위한 정기 연주회를 준비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연주회는 '삶과 나눔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오는 11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삶은 나눌 때 의미 있다'는 행복나무플러스 재단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는 음악회다. 7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150명의 합창단으로 구성된 '행복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 & 합창단'이 공연하며 소년소녀합창단도 더불어 무대를 빛낸다. 오는 12월 3일 <뉴스앤조이> 12주년 행사가 있는 날에는 소년소녀합창단의 단독 축하 연주회도 계획되어 있다.

조 교수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꿈꾸고 있다. 기존의 음악 교육과 달리 사회적 변화에 방점을 두고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마약·폭력·총기 등 각종 범죄의 위험에 노출됐던 거리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협동·책임감·소속감 등을 체득하여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도록 했다. 37년이 지난 현재, 세계 20여 개국에 190여 개의 센터가 설립되고 30만 명의 단원이 가입한 조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07년에 출범하여 올해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행복나무플러스에게도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돌보고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진학하여 결혼할 때까지 돕고 싶다. 아예 시설을 하나 운영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다. 지금은 우선 자립관 건립을 꿈꾸고 있다. 시설에서 나오면 갈 곳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아이들이 그곳에 머물며 직업도 구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가졌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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