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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2012.12.28 조선일보 '행복나무오케스트라'

admin 2020-09-03 10:23:02 조회수 590

[사람과 이야기] [재능을 나눕시다] 꿈을 키워주는 '행복나무 오케스트라'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26/2011012600049.html

 

지휘자 조익현 교수 주도로 각계 연주자 85명 뜻 모아
불우학생 장학금 모금 공연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안에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에 나오는 아리아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가주오(Surta e la notte…. Ernani! Ernani involami!)"가 울려 퍼졌다.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찬 객석 앞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영미(57) 교수였다. 김 교수의 노래에 맞춰 85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오페라의 비극적 내용을 긴장감 있는 선율로 표현했다. 중·고생부터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행복나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었다.

행복나무 오케스트라는 고정 단원이 없다. 보육원에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행사를 할 때마다 수십 명의 음악가가 모여 즉석에서 단원이 된다.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행복나무'라는 클래식 음반을 만들었고, 2008년과 올해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공연했다. 2009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음악연습실에서 행복나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김영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왼쪽)가 연습을 하며 웃고 있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한 그룹홈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지난 24일 재능나눔 연주회를 열었다. /이영민 기자

이 오케스트라는 조익현(49) 장로회신학대학 겸임교수(합창지휘)와 회사원 박정식(40)씨가 꾸려왔다. 경기도 수원의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박씨가 4년 전쯤 조 교수에게 "보육원 출신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말을 들은 조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 한인 2세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자"고 제안했다. 조 교수의 아내도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박씨의 아내도 성악을 전공한 터라 음악을 통한 재능나눔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내친김에 아이들의 행복한 꿈이 열매처럼 열리게 하자는 의미로 '행복나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시작은 네 사람이었지만, 연주회에는 수십에서 수백 명의 음악가들이 동참했다. 모두 "좋은 뜻의 음악회를 여는데 시간이 되면 함께 해보자"는 권유에 선후배, 동료 음악인들이 연주 비용 한 푼 받지 않고 참여한 것이다. 조 교수는 "이렇게 많은 음악인이 순식간에 모이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행복나무 오케스트라는 연주하고 모은 기금으로 지금까지 모두 8명의 보육원 출신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

행복나무 오케스트라는 행복의 열매를 더 나누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보육원보다 규모가 작아 지원이 부족한 그룹홈(가정식 보육시설) 출신 대학생들에게 줄 장학금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날 연주회는 그 출발점이었다. 바로크 콩쿠르 등 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린 영재 정주은(16)양부터 미국 줄리아드 음대 출신 첼리스트 김명주(47)씨까지 다양한 음악가 85명이 오케스트라를 이루었다. 김영미 교수 같은 협연자 5명, 합창단 240명도 동참했다. 진행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이날 모두 350여명이 재능을 나눈 셈이다.

보육원에서 악기를 배워 음대에 진학한 대학생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겠다며 찾아왔다. 이날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를 맡은 김철민(21·가명)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악기를 배워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생활비와 학비 때문에 식당일이나 커피숍 서빙 등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나랑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했다.

이날 연주회가 끝나자 조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가 쉴 새 없이 찍혔다. 한 연주자는 "행복한 연주를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연주에도 꼭 불러주세요"라고 썼고, 객석에서 지켜본 지인은 "좋은 마음이 담긴 연주라 그런지 듣는 내내 행복했습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