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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2011.06.28 한국일보 오피니언 [지평선]

admin 2020-09-02 18:32:45 조회수 473

곁에 있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나무. 견실한 둥치와 곧은 줄기, 성긴 듯 무성한 잎들이 언제나 싱싱하다. 학명(Heteropanax fragrans)부터 그 의미가 유다르다. 서로 다른(Hetero) 모든 것(pan)을 치유하며(axos) 향기(fragrance)를 뿜는다는 의미를 모은 것이다. 음지에서 자라는 어린 기간에는 수줍은 듯 둥치와 줄기만 내밀고 있다가, 햇빛을 받아 성장하면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건강한 잎들을 주렁주렁 매단다. 문자 그대로 '해피트리(happy tree)'가 되어 주위의 사랑을 받는다. ■ 그런 의미를 실천해가는 행복나무장학재단이 있다. 국내외 음악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재능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고아원과 어린이집 등 시설아동에게 도움을 주는 자선단체다. 2007년 70여명의 합창단과 50여명의 관현악단으로 '행복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합창단'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국내외 유명 연주자와 음대 교수들이다. 사정이 허락하는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어린이집이나 작은 교회를 방문해 행복을 전한다. 복지시설 그룹홈(group-home)의 소년소녀 가장들로 청소년 합창단을 만들어 악기도 빌려주고 공연도 주선하고 재능도 키워준다. ■ 행복나무장학재단은 매년 몇 차례 정기공연을 열어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대학등록금을 마련해 준다. '삶과 나눔(예술의 전당ㆍ2008)', 'I LOVE MUSIC(세종문화회관ㆍ2009)' 등의 콘서트 수익금으로 매년 2~5명씩 소년소녀가장에게 도움을 줬다. 7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개최하는 '삶의 노래(지휘 조익현, 소프라노 김수정 등)'는 대학 2학기 등록을 앞둔 몇몇 새로운 청소년 가장을 위한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재능ㆍ예술 기부 운동) 제2차 프로젝트로 행복나무오케스트라와 서울발레시어터를 선정했다. ■ '하나의 깃털이 낙타의 허리를 부러뜨린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아무리 힘센 낙타라도 짐이 쌓이고 쌓이면 깃털 하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다. 거꾸로 '마지막 깃털' 하나를 덜어주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복지정책이 표(票)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흐르다 보니 유권자인 부모마저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의 문제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들을 위해 말없이 뒤에서 가진 것을 나눠주는 수많은 분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남을 치유함으로써 향기를 뿜는다는 행복나무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병진 수석논설위원